[제갈임주 의원 기고] 조례 만들기- 과천시 참여예산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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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임주 의원 기고] 조례 만들기- 과천시 참여예산 사례
  • 정회선
  • 승인 2017.12.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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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 저희들을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예산은 의원님들이 꼭 책임져 주셔야 합니다.” 행사장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종종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곤 합니다. 예산의 편성권은 단체장에게 있고 이를 심의하는 것은 의원의 권한이라지만, 예산의 주인이 시민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쉽게 잊어버리고 삽니다.(주민참여예산제 연구모임 보고서 中)

의원이 되어 참여예산제도 하나만 제대로 작동시켜도 보람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것만큼 시민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정책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과천은 오래 전부터 시민들의 사회 참여가 활발했으나 참여예산 제도만큼은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쉬운 길을 택해 조례 하나 뚝딱 만들면 위원회가 구성되고 운영이야 될 테지만 그렇게 해서 형식적인 위원회 하나 더 보탤 일은 아니었다.

주민과 함께 조례를 개정하다

의회 연구모임을 활용해 조례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세 의원과 한 명의 전문가, 여덟 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연구모임은 수개월에 걸쳐 학습과 논의, 시범운영을 하며 과천에 구현할 참여예산 제도의 틀을 설계했다. 민간위원은 의원들로부터 동별 분포를 고려해 추천 받았고, 주민자치위원과 사회단체, 시민단체, 학부모, 상인 등이 고루 포함되도록 했다. 비록 적은 수이긴 하지만 이들과 함께 하는 작업은 큰 의미가 있었다. 첫째,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의 시작이 된다는 점, 둘째,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 주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 셋째, 향후 제도가 운영될 때 함께 준비한 이들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랬다.

모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교육과 자문을 두루 해 주신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이호 선생님은 한두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해볼 것을 권하셨다. 연구위원들은 가능한 만큼 지역에서 홍보하고 주민제안을 독려하는 한편, 문원동을 시범지역으로 잡아 열 명 남짓한 주민과 함께 다시 ‘문원동 참여예산모임’을 꾸렸다.

시범운영의 세 가지 효과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세 곳에 제안함을 비치해 참여예산 사업제안을 받았고, 저녁에는 동네를 직접 돌면서 만나는 주민들과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누며 그것들을 참여예산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왔다. 마지막으로 주민토론회를 열어 접수된 사업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결과를 시에 제출했다.

2014년 2건, 2015년 7건에 불과했던 참여예산 제안 건수는 2016년 45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절반 이상은 문원동에서 올린 사업안으로 그 중 11건이 채택되어 동네 산책로, 주차장, 공원 등이 정비되고 불편사항이 개선되는 결과를 참여한 주민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주민의 참여를 끌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고 품도 많이 들었지만 이 모든 과정에 발 벗고 나선 연구위원들의 참여는 큰 동력이 되었다.

시범운영은 여러 모로 쓸모가 많았다. 우선 집행부에 새로운 정책을 제안할 때 그 효과를 입증하고 설명하기가 쉬웠다. 시범운영 과정에 참여한 주민들에겐 자연스럽게 교육과 홍보가 되었고, 제도의 효용성까지 체험하는 결과를 낳았다. 문원동의 성과는 다른 동에도 자극이 되어 참여예산의 관심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참여예산의 씨앗이 된 의회 연구모임

인생은 타이밍? 어려움을 딛고!

그 후, 연구모임은 4강에 걸친 참여예산학교를 진행하면서 범위를 넓혀 수강생들과도 함께 토론해 조례안을 완성했다. 그러나 수개월 간의 숱한 학습과 토론, 실천을 통해 마련한 귀중한 안은 시 집행부와 합의의 산을 넘지 못하고 백지화되어 아주 기초적인 표준조례안 수준으로 통과되었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timing)이라 했던가? 하필 조례안이 상정된 2015년 12월은 승마장 예산이 부결되어 의회와 집행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던 때였다. 지역회의, 연구회, 협의회 등 모든 것들이 거부되는 암울한 상황을 겪으면서 차라리 이런 수준으로 통과될 바에 조례 개정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아무리 허술한 조례라도 일을 진행하는데 충분한 발판이 될 수도 있음을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올해 여름, 6개의 동별 지역회의와 40명으로 구성된 과천시 참여예산위원회가 출범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추첨을 통해 선정된 위원들은 진지한 토론 끝에 12개 참여예산사업을 최종 확정했고, 시는 이 모두를 받아들여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였다. 당초 수용되지 않았던 연구회는 지난 연말부터 가동되어 운영계획의 뼈대를 만들고 진행과정의 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해, 시는 예산학교를 주관해 교육을 진행하면서 참여예산에 대한 이해를 높여갔다. 애초에는 기대조차 못했던 담당 공무원들의 협조와 적극적 지원은 그동안 애쓴 시민들의 수고를 다시금 살려내고 빛을 발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나보다. 조례 개정에 1년, 이후 또 2년. 이제야 출발선 앞에 선다. 언제나 그렇듯 만드는 것보다 지켜가기가 더 힘들 것이다. 그래도 기대가 된다. 이 제도를 잘 살리고자 하는 이웃들이 함께 하니 말이다.

주민참여예산 위원회(위원장 김건섭) 전체 회의(시청대강당). 2017.10.17
주민참여 예산 위원회 회의 자료

제갈임주 의원 기고(블로그 동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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